영알못인지라 얼마나 양질의 포스팅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일기장에 적는 기분으로 적어보려 한다.
물론 나답게 스포일러는 한가득이다.
주제가 주제인 만큼 주변에서 귀향을 보러 갈 때 마음을 단단히 먹고 가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일본군을 꼬집기 위해서 자극적인 소재를 찾으려면 더 찾을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느낌?
'귀향'은 우리가 위안부에 대해서 아는 만큼, 사실 이 정도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의 내용을 담고있다. 그렇지만 이것을 영상화 시켜서 스크린에 담았기 때문에 시각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은 큰 충격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영화는 일본군에 대한 묘사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아서 관객들이 생각을 많이 하게 한다. 사실은 이미 여러 일본군에 대해 담았다는 점은 인터넷 등에서 접했던 면이라 해당 장면들이 나왔을 때 아하. 그렇구나. 라는 정도의 느낌이었다.
내게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장면은 다른 이들이었는데, 처음에는 우리 류스케(동료 군인)가 죽었다며 (사실 핑계라는 느낌이 없잖아 있기는 했다.) 그 기분을 위안부들에게 폭력을 가하는 걸로 풀던 이들이 후반부에 가서는 위안부를 총살 할 때 이를 실행하지 못한 동료 군인인 다나카를 죽이는 것을 보았을 때, 전쟁이라는 것이 사람을 얼마나 미치게 만드는지까지 영화에 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군인인 다나카가 정민에게 잠시 쉬라면서, 돈을 주며(위안부들은 일본군을 받고나서 돈을 받았는데 이는 일본 정부에서 위안부들을 창녀 취급하는 주된 이유가 된다. 그러나 대부분 본인이 가지지 않았다. 또한 이 돈을 많이 벌지 않으면 혼이 났다고. 책을 읽은지 오래되서 기억이 가물가물하여 확실하지는 않다.) 넋두리 하듯이 말을 거는 그 대사가 이 영화가 위안부의 직접적인 가해자인 일본군들을 바라보는 시선인것 같았다. 사실 이 부분들은 위안부들에게 직접적으로 언급이 많이 되는 내용이기도 하다. 일본 군인이 나는 죽고 싶지 않다며 내내 울고 갔는데 후에 다른 일본군인에게 물어보니 죽었다던가 하는 내용도 간간히 인터뷰되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영화 마지막 굿장면에서 가해자인 일본 군인들이 나오는 장면도 이해가 간다. 그들은 직접적인 가해자이지만 또한 하나의 힘 없는 인간이었던 것이다.
영화는 정말 많은 것을 담고 싶어한 것 같다. 본질을 흐리는 자극적인 장면은 배제하면서도 사유할 수 있는 문제들을 많이 담아내려고 한 노력은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오히려 여러 문제를 담고 싶어 하였기 때문에 여러 문제들이 스윽 스치고 지나가듯이 스크린 뒤로 순식간에 사라져 버려서 매우 안타까웠다.
위에서 말한 일본군에 대한 묘사는 다나카라는 인상적인 인물 덕분에 간신히 인상적으로 다뤄진 문제다. 직접적인 가해자는 어찌되든 스크린에 많이 등장하는 만큼 묘사가 다양할 수 밖에 없다. 위안부가 있는 막사를 지키면서 능력없는 상관을 욕하는, 매우 상식적인 말을 하는 일본군인처럼.
그렇지만 이 땅에 돌아온 위안부를 받아들이는 시선에 대한 묘사는 스리슬쩍 스치고 지나간다. 이 영화는 일제강점기와 이후 90년대(확실하지 않지만 아마 맞을 것이다)를 왔다갔다하면서 묘사한다. 왜 하필이면 2016년이 아니라 각본이 씌어진 시기도 아니라 90년대였느냐 하면 이 시기에 본격적인 위안부 문제가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주인공 할머니가 정신대 신고를 하러 갔을 때 들은 말들은 현재 사회가 보는 위안부에 대한 그림자와 같은 시선이다. 사실상 우리 대부분의 시선이다. 이 일의 아픔에 대해서 우리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전에 읽었던 위안부에 관련한 책에서도 이 땅에 돌아온 이후의 문제는 짧게 다뤄지긴 했었지만 매우 중요하게 다뤄졌던 기억이 있다. 함께 살아돌아왔지만 서로 만나게 되면 처음 만난 사람처럼 인사하고, 자신의 일을 감추며 절대 말하지 말아달라 신신당부. 이 한국사회가 어떤 시선으로 돌아온 이들을 바라보았을까에 대한 문제는 중요하게 다뤄지지를 않는다.
아마 일본이 사과를 하지 않은 이 시점에서 이런 문제들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탓도 크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문제가 다뤄지지 않는 것은 참 아쉽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귀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귀향의 목적도 위안부의 일을 널리 다른 여러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더욱 아쉬운 것은 정민의 삶을 주욱 따라가면서 이를 지켜보는 은경이 어떻게 받아들이는 지도 다루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아이는 분노했을까, 무서워했을까? 아니면 둘 다였을까. 물론 은경이도 매우 비극적인 삶을 살아온 아이지만. 이 당시 정신대에 대해서 막 알려졌을 시기였다. 2016년이라는 이 시점에서 은경이 이 한을 보게 된다면 아마 바로 일본군임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러나 은경은 영화 안에서 군인, 총칼을 찬 군인을 보았다고 말을 한다. 아마 몰랐기 때문일 것이다. 어찌보면 은경은 이 모든 사건을 처음으로 목도한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이 기구한 운명의 소녀는 쭈욱, 그 노리개에 얽혀있는 정민의 삶을 따라간다. 그 노리개에 얽힌 한을 보았지만, 그 옆에 있던 또 다른 소녀를 못 알아본 탓인지 아니면 실감이 없었던 탓인지 주인공 할머니를 보는 은경의 시선은 매우 평이하고 굴곡이 없다. 사진기를 내밀며 남는 건 사진뿐이라는 이 대사는 천진한 것인지 다른 무슨 뜻이 있는지 나는 잘 분간이 가지 않는다. 감독은 모든 판단과 감정을 이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맡기고 싶었던걸까?
위안부 문제는 대한민국에 태어났다면 그 누구나 최소한 한번쯤은 들었을, 아니 알았고 배웠고 분노하였을 내용이다. 이 문제는 처음부터 제대로 해결되지도 못한 채로 해결되었다는 딱지가 붙었으며 그 딸에 의해서 이번에 외교적으로 결판이 난 듯 하다. 그러나 어느 국민도 이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심지어 일본의 국민들은 이 문제에 대해서 편향적인 교욱을 받고 편향적으로 자라 이 문제를 재대로 바라보지도 못한다. 나는 진심으로 이 영화가 세계로 뻗어나가 상영되었으면 좋겠다.
피해자는 Woman이 아니라 Girl이었다고. 이 모든 일을 자행한 것은 일본 군이었다고. 우리는 일본정부가 이 일에 대해서 진심으로 사과하고 반성하고 뉘우치며 어느 누구의 손으로라도 이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를 위해서는 우리도, 너도, 나도 다 함께 노력해야 한다. 많은 시각을 고쳐야 한다. 이 슬픈일을 겪은 이 나라의 사람이 베트남에 가서 어찌 그리 똑같이 잔인할 수 있었을까. 귀향은 영화 안에서 일본 군인의 사악한 행동 속에서도 험준한 시대에 전쟁에 내몰려 미쳐가는 정신마저도 그려냈다. 이 영화를 본 사람이 단순히 이 행동을 한 일본 군과 일본 정부에 대한 분노에 휩싸이는 것보다도 더 나아가 많은 것들을 사유해 보 수 있다면 좋겠다.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것을 잊지 않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