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리카와 히로 - 세마리 아저씨

반응형












 이 책은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이다. 작가인 아리카와 히로의 특징은 빼어난 심리묘사와 적당히 흥미 있는 주제의식, 술술 넘어가는 책장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작품도 작가의 특징을 갖고 있다.

 내가 원래 만화를 많이 좋아해서 이 작가를 알게 된 건 도서관 전쟁이라는 애니메이션을 통해서였다. 워낙 재밌게 봐서 소설까지 찾아봤는데 의외로 학교 도서관에 있었던지라 읽을 수 있었다. 오히려 소설로 읽고나서는 원작이 너무 맘에 들어 원작의 팬이 되어 버렸다. 처음에는 소재가 특이해서 눈에 들어온 작품이었는데, 점점 알게 될 수록 책 속의 인물들 사이에서 오가는 그 감정선이 참 세세하게 그려져 있는 점이 맘에 드는 작품이었다.

 이 책을 알게 된 것도 그 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을 읽기 전에도 키켄, 하늘 속, 고래남친, 스토리셀러, 사랑 전철 (한큐전차)같은 책을 읽었었다. 생각해보니 아리카와 히로의 책이 국내에 출간된 권수가 꽤 많다. 도서관 전쟁시리즈만 출간 되었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말이다. 이 작가를 알게 된지도 벌써 햇수로만 7년이되었는데 그 사이 작가분은 점점 일본 소설을 읽는 사람들이나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 사이에서 꽤 유명해졌다. 특히 백수 알바, 내 집 장만기 (프리터 집을 사다)는 일드 팬들 사이에서 꽤 유명하다고 알고 있다.

***

 다시 소설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서,  이 작품은 60이 넘어가는 환갑을 앞둔, 또는 이미 지난 할아버지들이 주인공이다. 그리고 그 주변에 풋풋한 고등학생이 두 명 더 등장한다. 사실 이 고등학생의 이야기만 따로 빼서 이야기를 만들어도 충분히 영화 한편은 나올 수 있을 정도로 탄탄한 드라마를 갖고 있다. 다만 주인공이 할아버지들인 만큼 멋진 장면은 다 빼았겼지만. 후반부로 가면 이 두 사람이 주인공이 아닌가 싶은 착각도 들었다.

 사실 주인공인 할아버지들에 대한 이야기, 특히 주인공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처음에 끝나기 때문에 점점 주변으로 시선을 넓혀가는 이야기 흐름을 갖고 있다. 주인공 할아버지의 갈등은 완벽하게 해소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 다시 등장할 수 있지만 일단 손자의 덕에 일부분 해소가 된 상태로 첫 스토리가 끝나고 다른 주연 할아버지들에 대한 이야기로 하나둘씩 시선을 넓히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 중심에서 이 책의 세계를 넓히는 사람은 앞서 말한 그 고등학생 두 명이다. 하나는 딸, 하나는 손자, 그렇지만 동갑인 두 사람은 이야기를 이끌어가 가기 위한 트러블 메이커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물론 이 고등학생들은 사건만 끌어오는 것이 아니라 사건을 해결하는 사람들, 주인공인 할아버지들을 회춘(?)시킨다. 세마리 아저씨의 주인공은 말이 안 통하는 것 같은 꽉 막힌 행색을 한 할아버지였지만 손자인 유키와 소통을 하면서 젊은이와 소통을 하는 법을 배운다. 새로운 사고방식을 받아들이기도 하고 자신의 사고방식을 지키기도 하면서. 

 적당히 새로운 소재도 사용한다. 신종 사기 수법(?)이라던가, 학교에 대한 고찰이라던가. 사실 이런 소재는 이전부터 작가가 자신의 작품에 자주 집어넣었던 느낌의 소재지만. 이런 소재를 통해서 이 작품은 본래 독자층인 일본의 독자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가는 것 같다.

***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가 일드 팬들 사이에서 인기는 좀 호불호가 갈리지만, 일본에서는 잘나가서 지금 시즌2가 방영되었다. 드라마 이야기지만 일색이 좀 짙다고 해서 읽기 전에 걱정이 되긴 했는데 생각보다 재밌었다. 적당히 개그 같고 드라마 같은 이야기가 섞여있으면서도 이 작가의 특징인 세세한 감정까지 그리는 시선으로 살짝 무뚝뚝하게 진행될 수 있는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가면서도 섬세하게 엮어나갔다. 개인적으로는 기대한 만큼 재밌어서 드라마도 찾아볼까 싶다. 역시 아리카와 히로라고 끄덕이게 되는 작품이었다.


세 마리 아저씨 - 10점
아리카와 히로 지음, 오근영 옮김/살림


반응형